코로나로 유치원 등원을 못하고 있을 때 놀이 꾸러미를 배부해줬었는데, 백와달팽이도 함께 왔지요. 아주 작은 투명한 플라스틱 통 안에 담겨 있었고, 흙 속에 계속 들어가 있더라고요. 2~3일 후에야 처음 백와달팽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어요.
제 엄지 손가락만한 게 정말 작고, 귀여웠어요. 저희 집으로 오게 된 첫날부터 매일 애완동물 타령하던 아들 녀석이 제 새끼 바라보듯 정말 애지중지 돌봤어요.
약 7개월이 지난 지금은 백와달팽이 크기가 어른 손바닥만 해졌어요. 앙증맞던 예전 모습은 온데간데없고, 정말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고 있어요. 간혹 인터넷에서 팔뚝만큼 큰 달팽이도 보이던데 그 정도로 커지면 저희 집 안방을 내어줘야 할 것 같아요. 책임감을 가지고 매일같이 백와달팽이 상태도 확인하면서 열심히 돌보니까 잘 자라나 봐요.
먹이는 상추, 당근, 애호박 등 그때 그때 냉장소 상태에 따라 채소 위주로 주고 있어요. 가리는 거 없이 다 잘 먹는데 상추 2장을 넣어주면 하루만에 다 먹을 정도예요.
사실 백와달팽이 식사 챙기는 게 보통 일이 아니네요. 냉장고에 채소가 떨어지는 날이 없도록 꽉꽉 채워 넣어야 하고, 상추가 당기는 날에는 백와달팽이 생각부터 먼저 해야 해요.
잘 먹고, 잘 자라니 집도 더 큰 평수로 옮겨줬어요. 백와달팽이 집 중에 가장 큰 사이즈로 이사했는데 확실히 크기에서 차이가 느껴져요.
집 안에 코코피트도 새로 깔아주었더니 쾌적한 느낌이에요. 근데 집이 크니 코코피트 한 봉지로는 좀 부족해 보이네요. 좀 더 채워주는 게 좋겠어요.
백와달팽이는 습한 걸 좋아한다고 해서 코코피트를 촉촉하게 해 줬어요. 코코피트를 손으로 꼭 짜면 물이 한 방울 떨어질 정도로 적셔주라는데 그러면 물기가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적당히 수분감을 주었어요.
매일 규칙적으로 백와달팽이 상태를 확인해서 물기가 좀 말라 보이면 분무기로 수분을 보충해주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어요. 아들 녀석이 분무기 뿌리기에 재미를 붙인 날은 조금 더 촉촉하게 해 준답니다.
백와달팽이를 가만히 관찰하고 있으면 신기해요. 새로 집을 이사하고 난 후에는 두리번두리번거리는 게 변화를 알아챈 것 같더라고요. 사람 손도 타는지 아들 녀석이 만지면 처음에는 껍질 속으로 쏙 들어가더니 요즘에는 깜짝 놀라고는 가만히 있어요.
그리고 느려서 잘 안 움직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. 백와달팽이를 보러 갈 때면 항상 자리를 이동해서 잠을 잔 채로 있거나 그게 아니면 어디론가 열심히 기어 다니고 있어요. 그리고 생각하는 것보다 느리지도 않은 듯해요. 달팽이는 그저 느리다고 배웠을 뿐 실제로 관찰해보면 달팽이의 부지런함에 놀랄 거예요.
약 7개월 동안 백와달팽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건 교실 안에서 배운 것과 실제는 다른 점이 많다는 사실이에요. 백와 달팽이를 직접 키우지 않았으면 평생 달팽이는 느린 동물이라고만 생각하고 살았을 거에요. 실상은 부지런히 움직이고, 변화도 인식할 수 있는 생명체인데 말이죠. 이런 점에서 보면 동물을 관찰해보는 시간은 배움에 있어서 참 중요한 것 같아요. 기회가 되시면 백와달팽이 키우기, 꼭 도전해보세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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